Saturday, January 10, 2009

미네르바 체포 수감을 보며..

난 한번도 미네르바 글을 본 적이 없다.
누군가 미네르바라는 사람의 글을 읽어볼 만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간혹 기사가 나는 것을 본 것이 전부이다.

그가 엄청난 경제 예측을 하고, 그것들을 적중시키면서 세간의 관심은 증폭되었고, 많은 수의 네티즌들은 그를 경제 대통령이라고 까지 추앙했다. 그런 그가 결국 31세에 경제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관련 경력도 가지고 있지 않은 청년임이 드러나면서 이런 저런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학벌지상주의의 폐단을 보는 사람도 있고, 우리 사회의 아노미 현상이나, 리더십 부재, 정부의 무능, 그리고 법리 해석까지 다양한 시각에서 이사건이 논의되고 있다.

나는 미네르바의 글을 본 적은 없지만, 언론에서 나오는 것처럼 그가 꽤 전문적으로 보이는 식견들을 보였다면 나도 한가지 더하고 싶다. 미리 밝혀두고 싶은 것은 나는 여기서 어떤 정치적 입장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거다. 나는 굳이 말하자면, 민주주의, 자본주의자이다. 나는 민주주의, 자본주의를 잘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표를 던진다.

나는 그를 통해 성인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이야기 하고 싶다. 성인교육에는 "self-directed learning" 이란 개념이 있다. 이는 자기 주도 학습이라는 말로 옮겨지곤 한다. 이는 성인이 학습하는 하나의 형태로 현실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스스로 학습을 하는 형태를 말한다. 즉, 미네르바 역시 현실에서의 경제 문제등을 해결하고자 스스로 학습을 했을 것이다. 이는 주로 독학의 형태로, 정보를 수집하고, 책을 읽는 등이 행위로 이어진다. 검찰이 그가 짜집기의 귀재라고 했다. 그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블로그나 전문가 칼럼등을 유능하게 짜집기 했다고 했다. 그것은 엄청난 학습 능력이다. 문제는 그가 그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자신의 생각인 척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칼럼이 무슨 전문적 학술지도 아니고, 그가 그걸로 돈을 벌려고 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그가 그런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것을 다른 보통의 사람들에게 꽤 설득력을 보였다면 이는 단순히 카피가 아니라 재창조의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세상에 어떤 경제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중에 혼연히 자신의 의견만을 내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리고 인터넷 칼럼에서 그런 것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다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보고, 예측치를 보고, 거기에 자신의 의견을 가감하고, 혹은 비판하며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킨다. 이는 학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의 이론을 만들어 내는 학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리고 그가 대학을 나오지 않아서 그의 경제적 통찰력이 부실한 것이라는, 아마추어라는 투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self-directed learning 의 경우 아주 강한 내적 동기로 학습을 하기 때문에 학습효과와 그 지식의 수준이 일반 제도권 교육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그는 아마 웬만한 경제, 경영학 대학생 이상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학습했을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이는 제도교육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하나의 편견일 뿐이다. 하긴 대통령도 자신이 대학을 나오지 않은 열등감을 최고자리에 있으면서까지 떨쳐버리지 못했으니 그 사회적 편견이라는 것은 사회 구성원에게 너무도 깊이 자리 잡은 현상일 것이다.

여기서 그래도 문제 삼아야 할 부분이있다.

그의 문제는 자신의 글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자신을 위장한 것이다. 그가 화려학 경력과 나이를 제시하며 대중을 속였다. 사실 사람들은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누가 했느냐에 따라서 믿고 안 믿고 판단한다. 즉, 그가 그를 속이지 않았다면 그만큼의 각광을 받을 수 없었을지도 모르고, 대중은 자신의 판단의 날을 더욱 세웠을 것이다. 실제고 수많은 재테크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칼럼리스트들 중, 자신이 재테크에 대단히 성공했다는 것을 내세워 자신의 말에 신빙성을 높이려 들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증명되지 않은 실력에 의구심을 품으며, 그저 참고하는 정도의 수준에서 읽고 있다. 미네르바 역시 거짓말로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물론 그는 그가 생산한 경제 예측등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샀다. 그는 그렇게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시골 의사도 경제통은 아니지 않은가? 그것이 내가 보는 그의 문제다. 만약 내가 콜럼비아에서 성인교육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라면 이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자세는 아마 다를 것이다. 그리고 공부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나는 독자들이 내 말을 더 들어줄 것을 원하는 마음에 더욱 열심히 공부했고, 나의 학벌은 내가 열심히, 심각하게 공부한다는 증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여기서 공부하는 젊은 친구가 미네르바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정부의 비참한 경제 대응 능력에 통탄하고 있던 나는 안도를 느꼈다. 미네르바가 그런 경력과 나이를 가지고 있다면, 그는 메인스트림에 꽤 아는 인맥이 있을 것이라는 거다. 실제로 50대에 학교를 제외한 곳에서 유학파는 그다지 많지 않다. 내가 아는 한에선, 그나이에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외국에서 유학을 하고, 그곳에서 경력까지 쌓은 실력파라면 중견기업 사장정도는 된다. 그런 사람들은 인맥도 당연히 화려하다. 자신의 식견을 공식적인 채널이 아니라도 전달할 수 있는 통로는 많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다. 친기업 정부와 위장된 미네르바는 분명 통한다. 그런 사람이 그런 비판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 정부에 덜 위협적인 방법으로 전달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나는 안도했다.

하지만, 그가 골방에서 얻은 지식을 대중에게만 전달해왔다니, 내 믿음은 사실 깨졌다.

그래도 그의 학습은 의미가 있다. 이 자기 주도학습은 포스트모더니즘위에 발달한 이론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힘있는 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지식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지식으로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1980년대와 그 이전 우리나라에서도 분명 쉽게 예가 찾아진다. 우리는 분단국가라는 상황에서 지식을 통제당해 왔다. 마르크스라는 철학자의 이름을 거론 하는 것 자체로 불온하다고 여겨졌으며 법적 제재를 받았다. 이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건 힘있는 자들에 의해 지식이 통제된 것이다. 반대로 지식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도 통일되어야 했다. 미네르바의 체포를 보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건 우리 사회가 그만큼 좋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여간 그런 힘있는 자들, 특히 정부가 바라보는 것과는 다른 시각으로 경제현상을 보고 예측을 한 것은 포스트 모더니즘에서의 거대 담론에 대한 저항과 자기 주도학습의 emancipatory idea (이는 critical theory 를 하는 사람들에 의해 추가된 관점) 의 발현이라 볼 수 있다.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관점에서 보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 낸 것이다. 이는 전달되는 지식을 일방적으로 주입당하는 학습 형태를 거부한 것으로 자기 주도 학습의 사회적 영역의 역할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하지만, 그의 학력과 경력을 (거짓말한 문제를 차치해 두고) 문제 삼는 다는 것, 그가 스스로 거짓으로 자신을 꾸며낸 것은 학벌 지상주의라는 거대담론, 즉 힘있는 자들이 만들어 낸, "우리 정도는 되어야 경제를 해석하고 예측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이미 길들여져 있다는 뜻이다. 즉, 그는 거대 담론에 맞서 지식을 습득하고 전파하였지만, 그의 자신을 위장한 행위는 학벌지상주의라는 거대 담론을 그대로 답습한 모습이다.

그가 순전히 그 지식을 독학했으며, 다른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한 자신의 사견임을 밝히고, 자신을 숨기지 (그냥 아무말 하지 말았다면) 않았다면 나는 그의 자기주도학점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그가 거대담론, 그리고 힘있는 자들에게 저항하기 위해서 그들이 만들어 낸 담론에 영합했다는 사실은 Brookfield 교수님이 말하는 자기주도 학습의 한계일 것이다. 하지만 교수님은 말했다. 그래도 자기 주도학습이 우리가 힘있는 자들에게 지식으로 이용당하지 않는 그나마 유일한 학습 방법이라고..

No comments:

Post a Comment